세상 사람들은 너의 평가자가 아니야.
이 책은 박혜윤 작가의 현재진행 중인 가족실험(?)에 대한 책이다. 전통적인 가족 구성원의 역할, 그리고 '부모의 희생과 기대, 거기에 부응하려 자식들이 들이는 노력과 느끼는 압박감'으로 대물림되는 가족의 구조를 깨는 실험이다.
우리는 타인(가족, 동료 등)과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타인과 사회의 평가에 기반해 스스로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인간은 원래가 사회적 동물이라 집단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탐색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나 불안감, 우울감 등의 부정적 감정은 '이게 과연 우리의 원시적 조상때부터 내려온게 맞을까' 싶게 부자연스럽다.
하지만 박혜윤 작가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세상 사람들은 너의 평가자가 아니야. 그냥 그 사람은 그 사람인거야. 각자 타인에 대한 평가 기준이 그 사람 자체에 있을 뿐이거든. 그러니까 너를 싫어하는 사람은 그냥 그런 사람인 것 뿐이지. 그게 실제 너에 대한게 아니야. 마찬가지로 누군가 너를 칭찬해주는 건 네가 훌륭하거나 좋아할 만한 사람이라서가 아니야. 그래서 너를 그렇게 봐주는 그 사람 자체로 정말 소중한 거야."
그녀의 말처럼 더이상 밖에서 오는 자극에 주의를 빼앗기거나 몰두하지 않을 때,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도 편안할 때에 우리의 마음은 잔잔해진다. 그리고 그 안을 들여다보면 '나'를 찾을 수 있다.
그저 자기 자신으로 머물러도 안전하다는 느낌
그녀는 끊임없이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사는 것' '삶의 주인이 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런 삶의 자세를 어떻게 자신의 자녀들에게 몸소 보여주고 있는지를 공유한다.
박혜윤은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뭐든지 살 수 있는 돈도, 평생 고용의 불안이라고는 없을 안정적 직장도, 상처라고는 주지 않는 완벽한 부모도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그녀가 강조하는 건 자신의 불완전함을 수용할 수 있고, 상처와 불안 그리고 절망을 겪더라도 스스로의 선택과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태도, 그리고 '내가 지금 내 자신이어도 괜찮다.'는 느낌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돈을 많이 벌어서, 그 돈을 즐겁게 쓰는 것은 당연히 좋은 삶이다. 다만, 나의 경우 그 선택이 아이들 자신의 것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아이들이 무엇을 성취하거나 배우거나 이루지 않아도, 그저 자기 자신으로 머물러도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을 선택했다.
그 느낌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아이의 존재 자체가 가족에게 쓸모가 있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내가 공부를 잘하거나 무엇을 이뤄서가 아니라, 스스로 즐거운 일을 하면서 타인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물론 '내버려둔다'란 방치나 방임, 포기가 아니다. 아이에 대한 긴호흡의 관찰과, 신뢰 그리고 끊임없는 대화와 질문을 통해 아이 스스로 길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둔다는 의미다. 책을 읽다보면 그녀와 딸들의 질문과 대답으로 이뤄진 대화가 자주 등장하는데 굉장히 인상깊다.
우리는 성공에 대한 고정적 정의 자체에 의문을 품어야 한다.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더 나아질 것을' 원하거나, '정해진 기준', '상징적인 수치나 수준'을 두고 끝이 없는 비교를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박혜윤 작가는 다양성을 강조하며 "모든 개인이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자신이 설정한 성공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부모는 아이가 행복하길 바란다. 그리고 행복으로 이끄는 길이 '끝없는 성공'이라고 믿는데, 끝없는 성공은 대부분 '성취'를 의미한다. 경제적 성취, 학업적 성취, 직업적 성취 등등. 그리고 아이는 부모의 가치관과 경제관을 그대로 흡수해서 행복에 이르는 방법이 '성취'라고 믿게 된다.
박혜윤 작가는 끝없는 성취는, 성공 그리고 행복의 동의어가 아니라고 믿는다. 그대신 나만의 성공의 기준을 갖는 것, 그리고 내가 행복하고 편안한 감각을 스스로 찾아내며 인생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지언정,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남들 눈에만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삶을 사는 것보다, 아이가 평생 좋아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찾으며 도전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 중 하나가 된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원하는 것을 내 마음대로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평가하는 성공과 평가의 기준을 떠나 내 인생을 음미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닐까?"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서의 성공에 대한 내 준비는, 아이가 스스로 행복해지고 편안한 것을 찾아가는 법을 연습시키는 것이다."
남들이 정하는 길대로 가는 인생이 아니라, 스스로가 편안하고 충만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 방법은 바로 스스로에 대한 탐구다. 작가는 그 탐구가 절대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래도 그 과정의 불안이나 절망도 버틸 수 있는 내면의 힘은 '나는 내 인생이 좋다, 그래도 잘 살았다.'라는 감각에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나의 가치를 나만의 방식으로, 스스로 정하는 인생
개인적으로 '남부럽지 않게'라는 말을 싫어한다. 개인적 경험에 의하면 '남들 사는대로, 다들 좋다는 대로' 살다보면 공허하고 불안하거나 우울해진다. 그런 부정적 감정을 잊으려고 소비나 음식, 운동, 컨텐츠 등에 기대게 되는데, 잠시 잊혀질 뿐 그 감정은 내 안에 그대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또 남들 사는대로 안사는 것도 또(어쩌면 더) 힘들다. 왜냐면 어려서부터 받아온 교육이나 흡수한 사회 환경적 관습 그리고 인간의 본능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습관적인 비교를 통해 뒤쳐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생기기도 하고, 다수가 아닌 소수가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장단점은 언제나 있다고 본다. 장점만 있는 것도 없고 단점만 있는 것도 결코 없고, 따라서 그 결과에서도 결코 성공도 실패도 없다. 그래서 두려울 것 없이 선택해보고 경험해봐야 알게 된다. 뭐가 나한테 더 잘 맞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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